AI가 의료 현장에서 빠르게 도입되며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의사의 전문성을 대체할 수 있을까, 아니면 든든한 보조 도구로 남을까. 최신 기술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AI진단 기술의 현재와 발전
의료 분야에서 AI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0년대 후반이다. 초기에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빠르게 정리하고 분류하는 보조 도구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의학 논문을 학습하고 CT, MRI 같은 영상 자료까지 분석하면서 전문의 못지않은 진단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딥마인드는 안과 분야에서 당뇨망막병증을 진단하는 AI를 개발했는데, 실제 안과 의사들과 비교했을 때 동등하거나 더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 병원들이 이미 AI 영상 판독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폐암·유방암 조기 발견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AI 진단의 가장 큰 장점은 방대한 데이터를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가 하루에 수십 건의 환자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면, AI는 같은 시간에 수천 건을 훑어볼 수 있다. 특히 영상의학과처럼 미세한 이상을 찾아야 하는 영역에서는 피로 누적이나 개인 경험치의 한계를 AI가 보완해 줄 수 있다. 물론 아직 모든 영역에서 완벽한 성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드문 희귀 질환이나 데이터가 부족한 분야에서는 오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매년 새로운 연구가 나오면서 성능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으며, 앞으로 5년 안에는 의료 현장에서 ‘없으면 불편한 존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사례와 활용 영역
AI진단 기술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적 단계를 넘어 실무에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암 진단을 들 수 있다. 미국 FDA는 유방암 조기 진단에 활용되는 AI 소프트웨어 몇 가지를 승인했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 중이다. 이런 시스템은 수천 장의 영상 데이터를 학습한 덕분에 일반 의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종양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또 다른 분야는 피부과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AI에 입력하면 피부암 가능성을 예측해 주는 앱이 개발되어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최종 진단은 의사가 내려야 하지만, 환자 스스로 조기 발견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치과 분야에서도 AI가 활약 중이다. 엑스레이 사진에서 충치나 잇몸 질환 가능성을 표시해 주어 치과의사가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AI가 흉부 X-ray 이미지를 분석해 감염 여부를 빠르게 판별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실제로 일부 국가는 응급실에서 환자를 선별하는 데 AI를 활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응용 범위가 넓어지는 이유는 AI가 인간보다 피로에 덜 취약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AI진단의 한계와 미래 전망
그렇다고 해서 AI가 의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의료 현장은 단순히 데이터를 판독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생활 습관, 가족력, 심리적 상태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환경이다. AI가 영상이나 수치를 기반으로 의학적 가능성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환자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 의사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CT 촬영에서 의심되는 종양이 발견되더라도 환자의 과거 병력이나 다른 질환 여부에 따라 치료 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AI는 이런 ‘총체적 판단’을 내리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법적 책임 소재도 논란이다. 만약 AI가 잘못된 진단을 내려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병원일까, 개발사일까, 아니면 AI 자체일까? 이런 문제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AI는 의사의 보조도구"라는 선에서 접근하고 있다. 실제로도 의료 현장에서 AI가 내린 결과를 1차 참고자료로 삼고, 최종 판단은 인간 의사가 내리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AI는 단순한 보조를 넘어,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열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부 연구에서는 AI가 인간이 놓친 희귀 질환을 찾아낸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또,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 일상적인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조기 경고를 보내주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병원에 가서 진단받는 시대’에서 ‘일상 속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로 변화를 예고한다.
AI진단 기술은 이미 여러 질병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의료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의사의 전문성과 경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의사와 AI가 협력할 때 가장 큰 시너지가 나온다. 환자 입장에서는 더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고, 의사 입장에서는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하느냐이다. 앞으로 AI진단 기술은 ‘의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환자와 의사를 동시에 돕는 조력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